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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고단

동영 도안 2013. 12. 27. 14:56


고단(孤單) / 윤병무 

아내가 제 손 잡고 잠든 날이었습니다
고단했던가 봅니다
곧바로 아내의 손에서 힘이 풀렸습니다

훗날에는 함부로 사는 제가 아내보다 먼저
세상의 손 놓겠지만
힘풀리는 손 느끼고 나니 그야말로
별세(別世)라는 게 이렇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날 오면 아내의 손 받치고 있던
그날 밤의 저처럼 아내도 잠시 제 손 받치고 있다가
제 체온에 겨울 오기 전에
내려놓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는 아내 따라 잠든
제 코 고는 소리 서로 못 듣듯
세상에 남은 식구들이
조금만 고단하면 좋겠습니다

- 출처 : 윤병무 시집, 고단(문학과지성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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