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은 삶이 전쟁터라고 했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 그게 왜 문제인가.
말이 새끼를 낳으면 30분 만에 걷는다.인간은 1년이 걸린다. 왜 그런지 아나.
1년 먼저 태어나기 때문이다.
70만 년 전에 인간이 불을 발견하고, 음식을 익혀 먹으면서 뇌가 엄청나게 커졌다.
600㏄에서 1300㏄가 됐다.
인간의 뇌가 커져서 어머니의 자궁을 통과하지 못하게 되자, 미리 나오는 거다.
그만큼 미숙한 건가.
원숭이를 보라.
갓 태어난 새끼도 어미 원숭이의 털을 붙들고 혼자서 젖을 먹는다.
그런데 인간은 미숙한데다 털도 없다.
어머니가 자나깨나 안아서 젖을 먹여야 한다.
모든 인간의 생존은,
날 위해서 목숨을 바친 다른 어떤 인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다.
그게 우리 몸 속에 흐르는 이타적 유전자다.
이게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이 되게 한다.
배 교수는 고대 언어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전문가다.
그는 아랍어로 짧은 문구를 낭송했다.
“비스밀라~히르 라흐마니 라힘” 이슬람 경전 『꾸란』의 114장이었다.
무슨 뜻인가.
자비가 넘치고 항상 자비로운 알라(하느님)의 이름으로’란 뜻이다.
꾸란 114장이 모두 이 말로 시작한다.
여기서 ‘자비’가 ‘어머니의 자궁’이란 뜻이다.
어머니가 뭔가.
두 살짜리 아이가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면 자기도 아픈 거다.
남의 아픔을 자기 아픔으로 아는 거다.
‘꾸란’에서 말하는 신의 특징이 뭔지 아나.
인간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아는 신만이 유일하다는 거다.
그걸 유일신이라고 불렀다.
그게 모세가 발견한 신이고,
무함마드(모하메트)가 발견한 신이다.
‘나 외에 다른 신이 없다. 이 신만 섬겨라’가 아니다.”
남의 아픔을 아는 게 왜 중요한가.
우리는 자아라는 박스에 갇혀서 살아간다.
남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될 때 그 박스가 깨진다.
왜 그럴까. 자아의 확장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확장을 통해 우리가 행복해진다.
그래서 고전 속의 성인과 현자들은 하나같이 ‘박스에서 나오라(Think out of the box)’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됐으니까.
그때 우리 안에 숨겨진 신성(神性)이 드러나는 거다.
이게 행복의 열쇠다.
이게 바로 ‘컴패션(Compassion·연민)’이다.
그럼 누가 인생의 승자인가.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승자가 아니다.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진짜 승자라는 거다.
자신의 아픔만 해도 벅차다. 어떻게 남의 아픔까지 감당하나.
그게 우리의 착각이다.
남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될 때 고통이 더 커지리라 생각한다.
아니다. 오히려 나의 아픔이 치유된다.
상대방의 아픔을 직시할수록 나의 아픔을 직시하는 힘이 더 강해진다.
그 힘이 강해지면.
그럼 내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자신의 세계, 자신이 사는 섬만 옳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은 ‘다르다’고 부르지 않고 ‘틀렸다’고 본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내가 왜 기독교인인가. 우리 부모님이 기독교인이라서다.
만약 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났다면 난 이슬람 신자가 됐을 거다.
배 교수는 ‘다름’을 강조했다.
“서양 전통에선 ‘다름’을 신(神)이라고 했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의 이웃은 사실 적(敵)을 의미했다.
나와 전혀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신’을 사랑하는 거라 했다.”
어떨 때 그게 가능한가.
자아의 박스가 깨질 때다.
그래서 공부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내가 출세하기 위해 지식을 쌓는 것을 공부라고 생각한다.
틀렸다. 공부는 그런 게 아니다.
그럼 어떤 게 공부인가.
공부는 다른 입장에서 나를 보는 연습이다.
식물의 입장에서 나를 보는 것, 그게 식물학이다.
코끼리의 입장에서 나를 보는 것, 그게 동물학이다.
내가 왜 셰익스피어를 공부하나. 그를 통해 나를 보기 위해서다.
그렇게 나를 볼 때 자아의 박스가 깨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행복이 있다.
- 중앙일보 백성호 기자와 배철현 서울대 교수의 대담형식의 글을 간추림 -
- 원문보기 :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dookang&folder=3&list_id=13221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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