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계의 조선조 창업을 결정적으로 도운 이판참모를 꼽는다면 무학대사(無學大師·1327~1405)를 꼽아야 할 것이다. 이판(理判)이란 직관·꿈·신탁·계시에 근거하여 내리는 판단을 가리킨다. 무학대사가 이성계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이상한 꿈을 정확하게 해몽하여 주었기 때문이다. 무학이 함경남도 안변군 설봉산(雪峰山)의 토굴에서 수도를 하고 있을 때 장군이었던 이성계가 찾아와 해석을 의뢰한 꿈은 '무너진 집에 들어가 서까래 3개를 지고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무너진 집은 고려왕조를 가리킨다. 서까래 3개는 왕(王)자를 상징한다. 새 왕조를 창업하는 꿈이다'.
이성계의 사판참모는 정도전(鄭道傳)이다. 이판과 사판은 한양 궁궐터의 방향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무학은 인왕산(仁王山)을 등지고 동향으로 궁궐을 지어야 장남이 잘된다는 것이었고, 정도전은 남향을 주장하였다. 결국 정도전 의견을 따랐다. 이판과 사판의 결론이 일치하면 행복하겠지만, 다를 경우에는 어떤 쪽 말을 따라야 하는가가 고도로 어려운 판단이다. 여기서 헛발 디디면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수도 있다.
이병철은 여러 명의 이판참모를 두고 때로는 크로스 체크를 하는 노련함을 보여 주었다. 그가 70년대 장충동에 살 때는 문간방에다 '홍 선생'이라고 하는 나이 든 보살을 거주하도록 하였다. 집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모두 이 홍 선생을 통과해야만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인간 스캐너였다. 혹시 흑심을 숨기고 오는 방문객은 홍 선생의 고감도 영발(靈發)에 대부분 감지되기 마련이었다. 그 당시 어떤 기업체 회장 부인이 이 집에 들어오다가 홍 선생에게 감지된 사례가 있다. "이리 와 봐요. 배를 만져보니 따듯하구먼, 뭔가 따듯한 사업을 새로 구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회장 부인은 기겁하였다. 이제 막 직물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던 참이고, 그 구상은 자신과 남편밖에 모르는 특급 비밀이었던 것이다.
SK해운의 전 고문인 김원홍(52)이 세간의 화제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력은 본인이 담백하게 살고 공익에 봉사해야만 오래 유지된다. 담백하지 않으면 처음에는 몇 번 맞다가 나중에 결정적인 착오가 생긴다. 영발에도 쿼터가 있다는 게 이판계의 법칙이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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