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개 눈에는 뭣만 보인다고 하였던가?
아마도 이 말은 자신의 잣대만을 가지고 세상을 잰다는 말일 게다.
만약에, 대장장이가 재단사의 잣대를 자유롭게 빌려 쓸 수 있다면
이 즈음처럼 세상이 복잡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점을 치는 사람도 나름대로 잣대가 있는 법이다.
음양오행을 담은 이 잣대로 사주하나를 들여다 보고 있다.
아래 사주는 어제 낮 정확히 두 시간 동안을 상담을 하고 가신 분의 여자 사주다.
30대 중반인 이 처녀 분, 두 시간의 상담으로 부족하였던지
오늘 또 전화문의를 하였다.
좀 민감한 사안이라 생년은 생략을 하기로 한다.
시 일 월 년 여자
庚 乙 己
辰 卯 丑
팔자상담을 청한 사유가 25살 연상인 분과
앞으로 어찌 될지를 봐 달라는 것이다.
막말로 재산을 보고 삥치기를 하기 위해 남자를 사귀었다면
상담을 청할리도 없을 게다.
짧지 않은 세월동안 너무 많은 정이 들었단다.
앞으로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기도 뭐하고,
그냥 한세월 이 분과 가고 싶은 데... 이 분 가정이 있고,
요즘 들어 제3의 여자분과 바람을 피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아버지 친구와 사랑에 빠져 버린
이스라엘 작가가 쓴 소설을 들먹이자 이 분 힘없이 웃는다.
사랑을 왜 하냐?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기 때문이다.
소설의 한 대목도 주제넘게 인용을 하며 어제 상담이 시작됐었다.
사주를 볼 때 들이대는 잣대의 기본은 음양오행이다.
여기에 격국과 용신이 더해지고,
이런 여러 기준으로 팔자를 요리저리 재어본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과부살이니 홀아비살, 홈염살. 화개살, 공방살 등등 무수하게 책에 적혀 있는 살들을
어느 정도 점치는 잣대에 이용할 것인가 이다.
버리자니 붙어 있는 고기가 아깝고,
먹자니 너무 하잘 것 없을 것 같은 닭갈비와 같은 것,
바로 이런 게 팔자에 붙어 있는 각종 살(殺)들이다.
상담을 하면서 내 하는 말을 깨알같이 적는 이 처녀분의 단정하고 맑은 손을 보면서,
을묘일주 사주에 드리워진 음욕살, 구추살을 이겨내지 못하는
초라한 사람의 능력도 생각을 해 봤다.
음욕구추살이 있으면 산액조심, 음란함과 주색으로 패가망신한다고 하였던가?
와중에 이 사주는 물 기운이 한 쪼가리도 없이 제방만 높은 사주이다.
물은 본인을 낳아 주는 원천이 되는 기운이요,
부모와 학문.깨달음의 요소이기도 하니
이분 재괴인의 덫에 용코로 걸려 버린 상황이다.
재괴인의 후안무치에 음욕구추의 음란함이 더해진 모양이다.
참 심란한 팔자다.
[아가씨, 사주에 물기가 전혀 없구만요.] 말을 하자,
[그럼, 방에다 수족관을 놓으면 안 될까요?] 되 묻는다.
글쎄, 어항 하나 덜렁 들여 놓아 팔자가 바뀌면 얼마나 좋겠는가?
자신의 팔자에 물이 부족한 사람은
어항보다는 천천히 걷고 천천히 말하는 습관을 먼저 길러야 한다.
거북이처럼 느림보로 살면서
항상 자신이 무엇을 하는 지를 알아차리면 물 기운이 길러진다.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복식호흡을 아주 좋다.
이런 말을 듣고도 이 아가씨 상담이 끝날 즈음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했다.
[자기야, 우리 집에 갈 때 수족관 가게에 들렸다 가자 ~~]
아버지 뻘 되는 분에게 해대는 코맹맹이 소리를 들으며
헛웃음을 지며, 혼자 중얼대 본다.
[그려... 모두 다 지 꼴대로, 지 잣대로 세상을 사는 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