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한참 나중에 가서 일어나기 앞서 우리 가슴속에서 모습을 바꾸어 존재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슬픔에 젖어 있을 때 더 조용해지고, 더 인내심을 갖고, 더 마음을 열수록, 새로운 것은 그만큼 더 깊고 더 확실하게 우리의 가슴속으로 들어옵니다. 그만큼 더 훌륭하게 우리는 그것을 우리 것으로 만들고, 그만큼 더 많이 그것은 우리의 운명이 됩니다. 그러다가 미래의 어느 날 그것이 ‘이루어지면’ (즉 그것이 우리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로 가면), 우리는 우리의 가슴 깊은 곳에서 그것과의 친근감과 가까움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낯선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것이었던 것이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가 운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깥으로부터 우리의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서서히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미래는 확실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다고 여기는, 어떤 새롭고 예측 불허의 체험을 마다하려는 우리의 소심한 마음도 거기에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이 세상의 그 어느 것 하나, 이를테면 불가사의한 것까지도 배제하지 않는 사람만이 상대방에 대한 관계를 무언가 생동감 있는 것으로서 체험하고 또 그 자신의 현존재의 샘물을 남김없이 길어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늘 어려운 쪽을 향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따라서 우리가 우리 삶을 이룩해나간다면 지금 당장은 우리에게 낯설어만 보이는 것도 우리에게 더없이 친숙하고 소중한 것이 될 것입니다. 우리 삶의 모든 용들은 언젠가 우리들의 아름답고 용기 있는 모습을 보고자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공주들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무서운 것들은 그 가장 깊은 본질에 있어서는 우리로부터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난관에 빠진 존재들인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당신의 내면에서 무슨 일인가가 일어났으며 삶이 당신을 잊지 않았을 뿐더러 당신을 손에 꼭 쥐고 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삶은 당신을 떨어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왜 당신은 당신의 삶에서 그 무엇이든 동요와 고통과 우울을 배척하려 하십니까? 이러한 상태들이 당신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당신은 정말로 모르시나요?
당신은 환자처럼 인내심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회복기에 있는 사람처럼 확신도 가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지금 상태는 양쪽 모두에 해당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나아가서 당신은 자신의 몸 상태를 감시해야 할 의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병이든 의사가 손을 쓸 수 없이 마냥 기다려야 하는 많은 날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당신의 병을 치료할 의사로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보다도 바로 이것, 즉 가만히 기다리는 일입니다. 당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부터 너무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마십시오. 그것을 그냥 일어나는 대로 두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당신의 과거를 너무 쉽사리 질책의 눈길로 되돌아 보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과거는 지금 당신이 마주치고 있는 그 모든 것에 나름의 몫을 갖고 있습니다.
나쁜 행동을 표현하는 명칭이 종종 한 인생을 망쳐놓은 경우를 봅니다.
나는 이제 그 인생이 위대한 것을 넘어서 더 위대한 것을 꿈꾸는 것을 봅니다. 바로 이 이유로 인해서 그 인생은 힘들기를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또한 그 인생은 성장하기를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을 이렇게 위로하려 애쓰는 이 사람이 당신에게 가끔 위안이나 되는 소박하고 조용한 말이나 하면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나의 인생 역시 많은 어려움과 슬픔을 지니고 있으며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뒤쳐져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 사람이 그러한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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