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혼 사업은 승진은 시험은 집 매매는건강 자식은? 자세히보기

나의 이야기

업어준다는 것

동영 도안 2014. 4. 21. 15:24

업어준다는 것 / 박서영


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고
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등이 흠뻑 젖어들고 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와 눈을 맞추며
자장가까지 흥얼거렸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
서로를 찌르지 않고 받아준다는 것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에
등줄기가 청진기처럼 닿는다는 것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약국의 흐릿한 창문을 닦듯
서로의 눈동자 속에 낀 슬픔을 닦아주는 일
흩어진 영혼을 자루에 담아주는 일

사람이 짐승을 업고 긴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한없이 가벼워진 몸이
젖어 더욱 무거워진 몸을 업어주고 있다
울음이 불룩한 무덤에 스며드는 것 같다

- 박서영 시집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 중에서 - 
반응형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중한 인연  (0) 2014.05.05
폭포 / 김수영  (0) 2014.04.28
운명은 바깥으로부터 들어오는것이 아니다  (0) 2014.04.06
퇴계의 활인심방(活人心方)  (0) 2014.02.25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0) 2014.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