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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경허 스님도 파계행 부끄럽게 여겼다

동영 도안 2012. 10. 1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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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 스님도 파계행 부끄럽게 여겼다”

2012.09.04 09:29 입력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발행호수 : 1160 호 / 발행일 : 2012-09-05

윤창화 민족사 대표
‘불교평론’에서 지적

진정한 수행자였지만
계율 어긴 것은 오점

삼수갑산 떠난 것도
더 이상 신비화 안 돼

 

▲경허(1846~1912) 스님

경허(1846~1912) 스님은 한국 선불교를 중흥했지만 계율을 지켜야할 고승으로서 음주식육과 여색, 끽연 등 막행막식으로 계율의식을 무너뜨리고 후대 수행자들로 하여금 주색을 답습하게 한 것은 큰 과오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창화 민족사 대표는 ‘불교평론’ 가을호에 기고한 ‘경허의 주색과 삼수갑산 재고’란 글에서 “경허 스님은 비록 선을 크게 일으켰지만 불교를 깊은 병에 들게 했다”며 “스님 스스로도 자신의 기행에 대해 당당하지 못했으며 만년에 삼수갑산으로 떠난 것도 비난과 시비를 피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비판에 앞서 경허 스님이 일대사(一大事)에 매진했던 진정한 수행자였음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음을 밝혔다. ‘오도가(悟道歌)’ ‘참선곡’ ‘중노릇 하는 법’ 등 스님이 남긴 글은 구도심이 간절해 한 번에 읽어 내려가기 어려울 정도로 깨달음이라고 하는 과제 앞에서는 발분망식(發憤忘食)했던 선승이었다는 것이다. 또 스님이 범어사, 해인사, 통도사, 화엄사, 송광사 등 대찰에 선원을 개설하고, 만공, 수월, 혜월, 한암 스님 등 기라성 같은 선지식들을 길러낸 것도 큰 업적으로 꼽았다.


윤 대표는 그러나 경허 스님의 공로가 크지만 과오도 결코 적지 않음을 지적했다. 주색(酒色)이라는 경허 스님의 일탈행위는 승가적으로는 물론이고 사회규범이나 도덕적으로도 지탄받는 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경허 스님은 삶과 행동은 한 마디로 파격이었다. ‘해인사에서 문둥병에 걸린 여인과 여러날 동숙한 것’ ‘만공 스님과 함께 길을 가다가 물동이를 이고 가는 아낙네의 입을 맞춘 것’ ‘송광사 점안식 법상에서 술과 돼지고기를 바랑에서 꺼내 삶아오게 한 것’ 등 일화가 그것이다. 율장에 의거한다면 이 같은 행위는 승복을 벗기고 속복을 입혀 멀리 산문 밖으로 추방하는 바라이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경허 스님의 파계 행위는 당대에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심지어 ‘조선불교통사’를 쓴 이능화 같은 지식인조차 “세상의 납자들은 다투어 이를 본받아 심지어는 음주식육이 깨달음과 무관하고 행음행도가 반야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창언(倡言)하면서 이를 대승선이라고 한다. 막행막식을 엄폐 가장하여 모두가 진흙탕 속으로 들어갔으니 대개 이러한 폐풍은 실로 그 원형이 경허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윤 대표는 경허 스님도 자신의 삶에 대해 변명하거나 후회하고 있음도 밝혔다. 화엄사 강백 진진응 스님이 경허 스님의 기행을 비판하자 “돈오는 비록 부처와 동일하지만 다생(多生)의 습기가 깊어서 이치는 분명하지만 생각은 여전히 침노한다는 글처럼 내가 꼭 그와 같다”며 “내가 출가했던 청계사는 당취승의 소혈로서 뭇사람들이 주색에 빠진 것을 어려서부터 자주 보고 듣다보니 이러한 습관이 본성이 되어 그칠 수가 없게 됐다”고 털어놓았음을 근거로 제시했다.


윤 대표는 따라서 경허 스님이 만년에 삼수갑산으로 떠난 것을 더 이상 신비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아는 것은 얕은데 이름만 높고/ 세상은 위태롭고 어지럽구나./ 어느 곳에 몸을 숨겨야 할지 알 수 없네.’ ‘인심은 사납기가 맹호와 같아서/ 악하고 독한 것이 하늘을 찌른다’ 등 경허 스님의 시에 주목했다. 그는 이를 통해 경허 스님이 자신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시비를 떠나 아는 이가 없는 서북단 오지로 떠난 것으로 보이며, 이름을 박난주로 바꾸고 유생차림으로 입적한 점에서도 그러한 심정을 유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 대표는 “오늘날 한국불교는 계율의식의 부재로 인격적 형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무리 깨달음의 세계가 위대하다고 해도 계행이 바르지 못하다면 인천의 사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표의 이번 논문과 관련해 한 불교학자는 “경허 스님의 파계행위에 대한 지적에는 공감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자칫 많은 사람들이 경허 스님의 위대함과 긍정성까지 한꺼번에 부정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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