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헌 칼럼
1979년 김재규의 운세가 '풍표낙엽 차복전파(楓飄落葉 車覆全破)'였다고 후세에 전해진다. '낙엽이 흩날리면 차가 전복되어 전파된다'는 점괘였다. 바짝 긴장한 김재규는 운전기사도 바꾸고, 운전할 때마다 기사에게 "조심해서 운전해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하였다. 10·26 이후에 호사가들은 이 점괘를 두고 '차(車)지철은 엎어져서 죽고, 전(全)두환에게 파손당한다'는 의미였다고까지 해석한다. 점사(占辭)는 애매하고 중층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뜻을 알기가 어렵다.
정보부장 김재규에게 이 점사를 내려준 도사는 대전에 살았던 도계(陶溪) 박재완(朴在琓·1903~1992)이었다. 20대 시절에 중국 천지를 방랑하며 역술을 배웠고, 금강산에서 입산수도했던 인물이다. 도계는 주유천하 과정에서 입수한 무림비급을 상당수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초씨역림(焦氏易林)'이었다. '풍표낙엽'은 바로 여기에서 발췌한 내용이었다. 도계는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잘 보여주지 않았다. 제자였던 유충엽의 회고에 의하면 이 책을 항상 금고에 보관해 두고 있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초씨역림'의 존재는 서애 류성룡의 문집에서도 발견된다. "이런 책이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서애의 형님이자 당대의 도학자로 추앙받았던 겸암(謙庵) 류운용(柳雲龍·1530~1601)이 동생에게 귀띔해준 것으로 추측된다. 후대로 내려와 이긍익의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서도 초씨역림의 점괘가 등장한다. 임진왜란 당시에 전쟁이 언제 끝날 것인가를 점쳐 보니 '강사여마(僵死如麻) 개지기모(皆知其母) 불식기부(不識其父) 간과내지(干戈乃止)'라는 내용이 나왔다고 한다. '쓰러진 시체가 마(麻)와 같이 널려 있고 그 어머니는 알 수 있는데 아버지는 알 수 없을 때에 창과 방패가 그친다.'
이번 경인(庚寅)년 겨울에 초씨역림을 꺼내 점사를 뽑아보니 '항지고(恒之蠱)' 괘가 나왔다. 그 내용은 '호불득남(狐不得南) 표무이북(豹無以北) 수욕회맹(雖欲會盟) 하수양절(河水梁絶)'이다. 뜻이 애매하고 중층적인 해석을 내포하고 있어서 필자의 실력 가지고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 강호에 숨어 있는 여러 고수의 가르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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